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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놀이터.

himimi 행복나눔 2025. 5. 2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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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다닐 때인데 며느리가 "어머니 텃밭 하실래요?" 한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나의 꿈이 텃밭 있는 전원주택에서 사는 것이다. 며느리와 아들 그리고 사돈과 함께 모종을 사서 밭으로 갔다. 사돈이 어렵기는 하지만 텃밭을 할 수 있게 돼서 너무 좋기만 했다.

사돈이 밭도 예쁘게 갈아 두시고 거름도 미리 하여 모종을 심기는 간단했다. 고추, 애호박, 단호박, 케일, 가지, 오이, 애플, 수박, 당근, 토마토등을 심었다. 욕심이 자꾸 생겨서 꽤나 많이 심었다. 퇴근하면서 밭에 들려서 모종이 자라가는 모습을 보면 자식처럼 예쁘고 흐뭇하다.



여름이 되니 오이와 호박, 가지가 계속 열렸다. 나는 갈 적 마다 열매를 가져왔고, 여름 내내 반찬을 해서 맛있게 먹었다. 엄마는 참외를 너무 좋아한다. 참외와 호박 그리고 가지는 신기하게도 계속 열리는 것이다. 장바구니를 들고 텃밭으로 가서 장을 봐 온다. 장바구니에 가득한 야채를 풀어서 물에 깨끗이 씻어 말린다. 텃밭만 있으면 여름 내내 야채는 사지 않아도 된다. 엄마가 원 없이 참외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풀이 많으면 호미로 풀을 제거하고 땅이 메마르면 패트병에 물을 가득 담아 가서 뿌려 주기도 했다. 처음 해보는 오이도 그물을 타고 잘 올라갔고 못난이 오이도 알뜰하게 챙겨 먹었다. 다만 방울토마토와 고추 농사는 실패했다. 고추는 탄자병과 함께 시들시들해지고, 아들이 좋아하는 방울토마토는 주렁주렁 열렸지만 물러서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고추는 조금 따서 된장찌게를 해 먹었다. 진드기 벌레가 왜 그리 끼는지 진드기 퇴치제를 만들어서 뿌려 보기도 했다. 애호박과 단호박은 정말 끈임 없이 열렸고 가지도 정말 많이 열려서 여름 내내 반찬으로 먹을 수 있었다. 가지는 잘라 말려서 냉동실에 두고 먹고, 단호박은 발려서 냉동실에 얼려서 봄에 쪄서 먹기도 했다. 살림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직접 농사 지은 것이라 알뜰히 먹었다.



열매가 맺히기가 무섭게 바로 바로 따갔다. 아들 내외는 심을 때만 오고 바빠서 오지도 않았다. 사돈도 가져갈 수 있게 배려해야 했는데, 너무나 재빠르게 가져 간듯하다. 너무 좋은 나머지 따오기만 했고 따와서 아들 편에 보냈어야 했는데 아들은 와서 가지고 가라고 해도 가져가지 않았다.



양평에 남동생 세컨하우스에 놀러 갔다가 오면서 텃밭에 들렸는데 사돈이 밭에 계신 것이다.

때마침 음료수 한 박스가 차에 있어서 사돈에게 드리고는 바로 왔다. 사돈도 나처럼 밭이 궁금해서 들리신 것이다. 습관처럼 밭이 잘 있는지 들러 보러 간 것이다. 그땐 밭에 가는게 낙이였다.



사둔은 콩과 고구마만 심으셨고 주로 새벽에 밭에 들리신다고 했다. 나는 야근하고 퇴근할 때 들리거나 휴무날 오후에 밭에 가보았다. 사둔은 밭 농사를 하셔서 매년 마다 고구마를 두 박스씩 주셨다.



난 어려서는 관심도 없었던 흙과 점점 친해지고 화초 키우는 것도 좋아하며 텃밭에 많은 관심이 생겼다. 시골에 사셨던 시어머니가 농사를 이것 저것 심을 땐 관심도 없었다. 이젠 나이먹은 탓인지 녹색만 보면 좋다. 집 베란다에는 화초와 꽃 상추, 파, 달래, 방풍나물, 고수도 키우고 있다. 먹기 위함보다 녹색을 바라만 보아도 너무 예쁘기 때문이다. 베란다도 텃밭도 나의 작은 놀이터이다.



매년 마다 사돈의 밭을 조금 빌려 텃밭을 하고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철없이 모르고 한 것도 같다. 엄마는 "너도 밭을 사야 하나보다" 하신다. 밭은 부담이 되고 전원주택 안에 작은 텃밭이 있는 집에 살고 싶다. 농사는 게으르면 할 수도 없기에 크게 욕심은 없다.



과거 엄마는 농사일을 많이 해서 농사 짓는게 싫다고 한다. 딸이 밭에 가서 가져온 참외는 잘 드시지만 밭에는 안가려고 한다. 강제로 두번 정도 엄마와 밭에 갔었다.



시골집 앞 텃밭에서 시어머니가 농사를 지으셨던 기억이 난다. 시어머니가 살던 집은 형님이 지금 남에게 세를 주었다. 시어머니 집에 집 짓고 살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감도 생긴다. 그땐 시골이라서 시내에서 엄청 멀게 느껴졌지만, 길이 뚫리면서 마을이 엄청 좋아져서 도로와 인접해 있다. 훗날 시내와 멀지 않은 인접한 곳에 작은 텃밭 있는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다. 아직은 미해결 과제로 살던 곳에 머물러 있지만 해결할 일들이 마무리 되는 시점이 있을 것이다.



은근 사둔의 텃밭을 기다리긴 했지만, 올해는 사돈 밭을 쓰지 않기로 했다. 며느리도 야채 있으면 갖다 드리겠다고 한다. 힘들지만 사실 밭을 가꾸고 수확하는 재미가 있다. 올해는 시간도 더 많은데 못내 아쉽기만 하다. 대신에 베란다 스트로폴에 상추와 가지와 방울 토마토를 심어 보았다. 아파트 언덕에 밭이 있는데 작년에는 고구마를 심더니 올해는 심지 않는다고 한다. 탐이 나지만 너무 커서 할 수가 없다. 밭을 조금씩 나누어 분양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파트와 아주 가까워서 뒷산에 있는 밭이 부러웠다. 아파트 언덕 위 한쪽에 풀이 무성한 자리를 호미로 걷어 내고 오이, 가지, 호박, 상추를 조금 심었다. 요즘 밭이 있어도 심지 않는 곳이 많다. 베란다는 생각 보다 잘되지 않는다. 상추도 자라긴 하나 풍성하지가 않고 길쭉하게 생겼다. 어느 순간에는 대파 뿌리도 잘 나오다가 시들해진다.



산에서 캐온 달래를 화분에 심고 베란다 창문을 열고 화단에 뿌렸더니 해마다 달래가 화단에 풀과 비교할 수 없게 나온다. 나만 아는 비밀로 달래밭이 되어서 달래장 할 때마다 뽑아온다.

텃밭과 화초 가꾸기는 너무 재미있고 소소한 행복이다. 아침마다 베란다에 가서 녹색과 마주 앉아 묵묵히 쳐다보면 힐링이 된다.



요즘 새 아파트는 확장 공사를 해서 화초 키우기도 어려워 보이지만, 내가 사는 아파트는 베란다가 있어서 물도 뿌릴 수 있고 너무 좋다. 올해는 아파트 언덕 위로 올라가서 얼마나 장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엄마는 같이 도와 주면서도 “그까짓거 사먹지” 한다. "그게 아니잖아요~~" 손바닥 만한 곳에 이것 저것 심고도 힘들어 한 모녀다. 한두 개 심어도 계속 열매를 맺어주니 좋고, 바라만 보아도 좋다. "이게 추억이고 재미지요~" 자식 키우듯이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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